Media 9

[책] 시선으로부터(정세랑)

'기세 좋은 여자들'의 결혼 생활이 궁금해서 새벽에 결제 버튼을 눌렀다. 괜찮은 사람이 추천해서, 표지가 예뻐서, 테두리의 "20세기를 살아낸 여자들에게 바치는 21세기의 사랑이다"라는 말이 마음에 다가와서 충동적으로 구매했다. 내가 처음에 예상한 것과는 다르기는 했지만 나쁘지 않았던 책. 일상적인 소재에 담는 생각이 좋았고 공감도 하면서 술술 읽었다. 몇몇 인상 깊은 장면만 남겨놓고 나중에 여유 있을 때 다시 찬찬히 읽어볼 예정. '성공적인 결혼의 필수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폭력성이나 비틀린 구석이 없는 상대와 좋은 섹스" 초장부터 내가 생각한 책이랑은 다르구나하고 깨달았다. 폭력성이나 비틀린 구석이 없는 것. 중요하지. "남편이 아무리 똑똑해서 날고 긴다 해도, 다정하고 사려 깊은 성품을..

Media/Book 2020.06.30

THE CHARM PARK - Still in Love

이 노래를 들었던 시간과 날씨와 컨디션이 기분을 몽글몽글하게 했다. 어쿠스틱을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애정이 가는 가수라서 그런가.. 왜이렇게 좋을까.. 그때가 생각난다. 내가 평소에 좋아하는 장르랑도, 좋아하는 가사랑도, 좋아하는 멜로디랑도 전혀 다른데 나에게 들려주면서 '좋지?!'하고는 무언가 큰 반응이라도 기대하던. 감명 깊었던 노래를 가장 먼저 나와 공유하고 싶어한 그 마음이 좋았다. 정작 내가 찾은 노래는 일주일도 가지 않을 때가 많은데 이상하게 그 노래는 질리지가 않아서 몇개월동안 그 노래만 주구장창 들었다. 요즘엔 자주 듣지 않는데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놓다가 그 노래가 나오면 되게 반갑더라.

Media/Music 2020.06.29

The charm park - Stars Colliding

헤멘웨이(Hemenway)는 수 년 전에 좋아했던 일본밴드인데 얼마 활동하지 않고 2014년에 해체했다. 일본에서 활동했지만 작사, 작곡을 하는 보컬과 베이스가 모두 한국인. 개인으로라도 활동을 하는지 정보를 찾기도 힘들어서 그냥 남은 노래만 들으며 기억 속에 파묻고 있었다. 보컬은 활동 재개한다고 말했지만 아직도 감감무소식... 그런데 이번 주말에 문득 노래를 듣고 싶어서 듣다가 검색까지 하게 되었는데 베이스를 맡았던 분이 'The charm Park'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활동을 해오고 있었다. 밴드 활동 때 잔잔한 수록곡이 이분의 작품이구나 싶을 정도로 느낌이 그대로라서 행복..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보컬 음색도 비슷한...? 'Odinary'라는 노래가 비슷하고 이 노래는 그냥 밤기분에 좋아서. 6년..

Media/Music 2020.05.04

[드라마] 굿 플레이스(미드 시트콤, 2016) - 나는 죽어서 좋은 곳에 갈 좋은 사람일까?

2020년 3월 21일의 글 만약 내가 지금 당장 죽는다면 천국에 갈까, 지옥에 갈까? 종교적인 의미가 아니라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기준으로 판단해본다면 말이다. 미국의 시트콤 드라마 는 사후세계를 그리는 드라마이다. 우리가 소위 알고 있는 천국은 굿플레이스, 지옥은 배드 플레이스라고 불린다. 드라마는 가벼운 분위기에서도 사건이 다이나믹하게 진행되고 개그 요소도 많기 때문에 웃다가도 생각할 지점 또한 많다. 한 편당 30분 정도로 짧으며 시즌4로 이루어져 있고 넷플릭스에서 편하게 볼 수 있다. 나는 결말까지 순식간에 봤고 간만에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드라마를 본 후 가장 마음에 남는 질문들이 있다. 윤리학에서 다루는 여러가지 도덕적 관점에 대한 질문은 아니다. (윤리학적 관점이 인상 깊은 사람들은..

Media/Movie 2020.05.01

[책] 양철과 강철의 숲(미야시타 나츠) - 조율과 잔잔한 생각들

2020년 3월 13일의 글 폭신한 양과 단단한 강철과 숲이라니. 제목에 끌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피아노 소리에 끌려 피아노 조율사의 길에 들어서게 된 주인공이 조율을 하며 겪는 일들을 잔잔하게 풀어썼다. 큰 사건으로 구성된다기보다는 주인공의 생각에 더 집중하게 되고 나와 엮어보는, 그래서 제멋대로의 해석이 가능해서 즐거웠다. 잔잔하고 밝은 느낌. 내가 요즘 찾고 있는 분위기라서 좋았고, 일본 소설 특유의 감성적인 면이 같은 에니메이션처럼 그려지기도 했다. 소소하게 생각한 것들이 많았다. 1. 피아노 조율, 관심 피아노에 따라서, 그 피아노의 주인에 따라서 조율을 한다. 더 둔하게 만들어서 틀린 음이 보이지 않도록 하기도 하고, 맑은 소리에 집중해서 실력자를 위해 조율하기도 한다. '대충 고객이..

Media/Book 2020.04.29

[책] 아몬드(손원평) - 감정을 배운다는 것

2020년 3월 11일의 글 어릴 적 가장 설레었던 날이라고 하면 어머니께서 한달에 한 번씩 책이 가득 담긴 박스를 가져오시는 날을 바로 이야기할 것이다. 초중등을 대상으로 독서논술을 가르치시는 어머니는 매달 수업교재를 받아오셨는데 그 새 책들의 향기를 맡고 먼저 펼쳐보는 영광은 선생님의 자식인 나에게로 돌아갔다. 얇고 그림 가득한 1학년 책부터 사회의 어두운 면모를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하는 책까지, 책 한 박스를 닥치는 대로 읽어내는 게 나의 재미였다. 이 책들은 도서관에서 혼자 골라 읽는 책보다 더 특별했는데 교재용으로 쓸만큼 그 자체로 좋은 책이기도 했지만 어머니와 함께 읽기 때문에 서로 읽기 전에 서론을 열어주고, 읽은 후 생각할 점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학교와 멀고 산과 가까이 또래..

Media/Book 2020.04.27

[책] 모두 거짓말을 한다(EVERYBODY LIES,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

2019년 1월 31일의 글 이 책의 저자인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는 구글 검색을 이용한 빅데이터를 통해 기존 사회과학 연구와 그 외의 다양한 분야 연구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사람들이 구글에 검색한 내용을 빅데이터로 만들어 정치, 경마, 언론, 대학, 지리, 심리, 동성애, 심지어는 포르노 사이트인 폰허브에서 수집한 데이터로 포르노에까지 응용한다. 구글 트렌드라는 상당한 데이터 자료와 이를 이용한 빅데이터는 사회과학 연구방법론에 상당한 혁신을 가져다준다. 비록 소논문 몇 편 써본게 다지만, 사회과학 연구에서 가장 큰 한계는 방법론이라고 느껴졌다. 표본 수집부터 표본집단의 크기, 대표성 등 많은 것을 따져야하고 아무리 잘 쓴 논문이라고 해도 항상 일반화에 한계를 가진다. 많은 사람들이 조사에서 거짓..

Media/Book 2020.04.25

[영화] 프리다의 그해 여름(summer 1993) - 모든 아이는 사랑 받고 싶다

2019년 1월 26일의 글 사랑받고 싶은 여섯 살 ‘프리다’1993년 여름, 어른들이 쉬쉬하며 알려주지 않았지만 프리다는 알고 있었다. 아픈 엄마는 세상을 떠났고, 남겨진 자신은 시골 외삼촌 집으로 가야 한다는 것을. 외삼촌부부와 사촌동생 ‘아나’는 프리다를 따뜻하게 맞아주었고, 새 가족과 잘 지내고 싶은데 어쩐지 점점 미움만 사는 것 같다. “여긴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 볼 수 없는 엄마를 향한 그리움을 어떻게 달래야 할지, 아나를 더 예뻐하는 것 같아 속상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내가 말썽을 피워 화가 난 외숙모에겐 뭐라 말해야 할지, 몰랐을 뿐인데… - Daum 영화 2017년에 개봉한 '프리다의 그해 여름(summer 1993)'은 영화가 시작하고 막을 내릴 때까지 프리다를 철저하게..

Media/Movie 2020.04.24

[영화] 그녀(her, 2013)

2019년 9월 8일의 글 가장 좋아하는 로맨스 영화가 생겼다. 사실 이 영화에서는 로맨스보다는 '교감' 자체에 대한 느낌이 더 와닿았다. 인간 '테오도르'와 컴퓨터 OS인 '사만다'의 멜로 이야기이다. 처음에 사만다는 테오도르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아가페 사랑처럼. 테오도르의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고, 이해하고, 끌어안으며 테오도르가 아픔을 이기고 성장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영화가 흐를 수록 사만다도 그와 동시에 자신의 세계를 구축했음이 드러난다. 그녀만의 고민과 성장이 있고, 그녀가 교류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녀만의 세계가 있었다. 테오도르의 목적(HER)이 아닌 주체(SHE)로서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사만다는 테오도르를 사랑하지만 그만을 위해 존재하기에는 그녀의 사고는 너무 빠..

Media/Movie 2020.04.22